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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목소리의 형태 (2017)

1. 서론

집 근처 영화관에서 <목소리의 형태>의 재개봉 소식을 접했다.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 스토리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보기를 거부해 왔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러브라인? 그것도 피해자는 청력장애인..? 언뜻 보면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소재'시 하고 미화할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지금은 조금 달라져서, 작품의 역량에 따라 납득시킬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관람하고 왔다.

2. 내용

 2-1. 등장인물

  • 이시다 쇼야 : 주인공, 전학 온 쇼코를 괴롭히던 패거리 중 하나.
  • 니시미야 쇼코 : 청력장애를 앓고 있는 소녀. 전학을 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
  • 우에노, 카와이, 시마다 : 주인공과 같이 쇼코를 괴롭혀 온 패거리.
  • 사하라 : 유일하게 쇼코에게 잘해주려던 친구.
  • 니시미야 유즈루: 쇼코의 여동생. 온종일 언니에 관한 걱정뿐이다.
  • 나가츠카 : 왕따 사건 이후로 쇼야에게 생긴 첫 번째 친구

 2-2. 초반부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쇼야네 반에 전학생이 온다. 그녀가 펼친 노트에 적힌 글씨를 통해 반 아이들은 그녀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임을 알게 된다.
우에노, 카와이 등의 동성친구들은 그녀에게 잘해 주는 듯했으나 언어가 서툴고 마냥 착한 그녀를 내심 불편해한다. 단조로운 일상 속 쇼야와 친구들은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녀를 뒤에서 놀라게 하기도, 그녀의 보청기를 빼서 던지기도 한다.  그러다 쇼코의 어머니가 학교에 신고를 하자, 우에노, 카와이, 시마다는 쇼야만을 가해자로 지목한다.
입장이 반전되어 쇼야가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었고, 쇼코는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2-3. 중반부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쇼야는 트라우마가 남아 반 아이들의 얼굴의 '형태'를 보지 못한다. 
과거 일에 대해 죄책감을 갖던 쇼야는 우연히 쇼코를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는 배워둔 수화와 빵을 들고 
쇼코를 찾아가지만 번번이 유즈루가 가로막는다. 나가츠카의 도움으로 쇼코와 대면하게 된 쇼야는 사하라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쇼코의 말을 계기로 그녀에게 한 걸음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쇼야는 사하라, 카와이 등의 친구들을
쇼코와 재회시켜 주지만 다시 만난 우에노는 위선 떨지 말라며 쇼야를 꾸짖고, 쇼코에게는 겁을 준다.
쇼코네 가족들과 불꽃놀이를 하던 쇼야는 혼자 귀가하는 쇼코가 투신하려는 모습을 목격한다.

 2-4. 후반부

쇼코를 붙잡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도리어 쇼야가 떨어지게 된다. 입장이 반전되어 쇼코네는 쇼야의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한다. 다시 깨어난 쇼야는 눈뜨자마자 쇼코를 향해 달려가고 재회에 성공한다. 카와이, 사하라 등도 쇼야를 걱정했었으며 우에노가 매번 그를 간호해 왔었으며, 그를 구해준 것도 시마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사람들의 '형태'를 온전히 
볼 수 있게 된 쇼야를 보여주며 작품은 끝이 난다. 

3. 감상

3-1. 쇼코를 향한 감정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쇼야는 처음부터 쇼코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 같다. 사춘기 남학생이 좋아하는 여학생을
괴롭힌다 하지 않는가 (물론 선을 넘었지만)
그녀의 첫 등장에 눈을 반짝인다던가, 우에노 무리가
떠난 후 쇼코에게 괜히 말을 건다던가의 행동을 볼 때 본인이 깨닫지 못했을 뿐 그는 무의식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랬기에 재회할 때를 위해 수화를 배우고 있었으며, 그녀와의 만남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던 것이다.

3-2. 보여주기식 악역, 우에노

사실 시마다도 인간말종인데 분량이 적어서 우에노와 카와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육성으로 한숨을 쉬게 한 주범들이다. 초반부 우에노의 행동은 비겁할지언정,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안 맞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쇼야를 좋아했기에 그의 악행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쇼야가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을 때는 죄책감을 갖기 싫어 쇼코의 탓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마치 쇼코처럼 착해진 쇼야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개심'이란 게 가능한 것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보란 듯이 쇼코에게 못살게 굴고, 시마다를 다시 소개해주면서 쇼야가 자기들처럼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쇼야를 향한 '마음'만은 진짜였고, 모든 일이 끝난 후 결국 그녀도 쇼야와 화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3. 용서하기 싫은, 카와이

내가 진정 치를 떨게 만든 건 우에노가 아니라 카와이다. 겉으로는 쇼코에게 상냥한 듯하면서 뒤로는 흉을 볼 때부터
심상치 않은 인물임은 알고 있었다. 쇼야를 단칼에 손절했음에도 연이 끊긴 우에노, 시마다와는 달리 고등학교에서도 쇼야에게 겉으로는 상냥한 척을 한다.
다시 쇼코를 만나 달라는 부탁도 들어주고, 같이 놀이동산도 간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녀의 썸남 '마시바'가 쇼야와 친해지고 싶다고 해서이다. 쇼야 뒤에서는 마시바에게 그의 흉을 보고 있었고, 쇼야가 이를 알게 되자 학교 전체에 소문을 퍼뜨린다. 후반부에는 이 인물도 용서를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쇼야 말대로 '온통 자기 생각뿐인' 카와이가 순수악. 내가 상종하기 싫은 인물이다.

3-4. 너무 열린 결말

초반부에 쇼야가 자살 시도를 할 때도, 후반부에 쇼코의 때도 나는 이 작품이 어떻게 전체 이용가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두 번의 소동 후 무언가 진척되지 않은 채 엔딩이 나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마 작가도 이 러브라인을
독단적으로 성사시킬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그 결말을 원하는 사람들만 상상할 수 있도록. 작품 자체는 몰입해서 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친구엔딩이 최선이지 싶다. 오히려 이어진다면 유즈루가 더 어울릴 수도. 

4. 명장면

4-1. 쇼야와 어머니의 대화

쇼야는 알바로 벌어둔 돈을 어머니 방에 두고 자살 시도를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다음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에
어머니가 눈치를 못 챈 줄 알았지만 바로 돈 봉투를 꺼내며 정말 자살하려 했던 거냐며 어머니가 오열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으면 돈 봉투를 불태우겠다는 어머니와 무릎 꿇고 사과하는 쇼야. 
하지만 맹세를 했음에도 실수로 돈 봉투를 모두 태우고 만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자살은 범죄다. 본인의 삶이
지치고 힘들다고 해서 목숨을 끊는 것은 가족들의 가족을, 친구들의 친구를 빼앗는 행위이다. 쇼야와 쇼코 둘 다 
투신자살을 선택했는데 이를 목격하는 자들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런 얘기를 어머니의 눈물과 쇼야의
후회를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준 이 장면이 맘에 들었다.

4-2. 쇼코의 고백

발음이 서툰 쇼코는 초등학교 때 놀림을 받은 이후로 집에서를 제외하면 발음을 하지 않는다. 그런 쇼코가 쇼야에게 선물을 주면서 좋아한다는 고백을 발음하는 순간. 쇼야의 시점에서만 진행되던 스토리에서 쇼코의 감정을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장면이다. 다만 쇼코는 "좋아해(suki)"라고 했는데 쇼야는 "달(tsuki)"로 이해해 고백이 실패하는 것이 웃음포인트다. 여기서 고백을 받아주었다면 작품이 일찍 끝날 수 있었지만 이때까지의 쇼야는 사람들의 목소리의 '형태'를 파악하는 데 서툰 사람이라는 점에서 납득이 가는 연출이었다.

5. 결론

너무 무거운 소재(학교폭력, 자살시도)와는 달리 순진한 주인공들의 풋풋함이 작품 전체의 밸런스를
맞춰주었다. 우에노, 시마다 같은 악역들도 있었지만 유즈루, 나카츠카 같은 조력자들이 있어서 일이 
심각하게 꼬이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은 다들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이었다는 점까지.
그래도 개인적으로 전체이용가보다는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들에게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다. 

듣지 못하는 여자와 '보이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
★★★★☆(자체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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