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노을 -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2021)
1. 서론
파란노을을, 그중에 이 앨범을 처음 접했던 건 2년~3년 전쯤이다. 음악 취향이 돌고 도는 내가 외국힙합에 다시 빠졌을 때, ※ RYM(Rate Your Music)에서 유독 평점이 높은 한국 아티스트의 앨범. 그것이 첫인상이었다.
※RYM: 앨범을 들은 전 세계의 리스너들이 평점과 평론을 남길 수 있는 사이트.
https://rateyourmusic.com/charts/top/album/2020s/
(작성일 기준 쟁쟁한 외국 명반들 사이에서 37위에 랭크되어 있다.)
2. 구성
이 앨범은 총 10 트랙, 각각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10분까지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르는 RYM이 슈게이즈, emo, 인디락으로 분류했는데, 깔끔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슈게이즈는 한국 음악에선 흔치 않은 장르인데, 이름 그대로 신발(Shoe)만 쳐다보면서(gazing) 연주하는 음악들이 시초였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장르의 특징은 소음처럼 느껴질 정도의 기타 연주와 몽환적인 보컬로, 외국에선 My bloody valentine의 앨범들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3. 내용
앞서 언급한 특징처럼 음악은 쩌렁쩌렁하지만 보컬은 희미하고 몽환적이다. 일부러 음질을 풍화시킨 것처럼. 곡의 가사들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기모순을 꼬집는 자조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이 앨범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다소 난해하다며 당혹해할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것이 이 앨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보컬은 소리를 작게 하고 연주는 더욱 힘차게 하여 듣는 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끄덕거릴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한 레퍼런스를 띠고 있는데, 앨범 커버 역시 영화의 한 장면이며, 앨범 제목과 동일한 5번 트랙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일본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찾아볼 구석이 있고 왜 이걸 레퍼런스 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재미가 있는 앨범이다.
4. 추천곡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드는 곡이 딱히 없지만 2번 트랙 "변명"을 추천하고 싶다.
곡의 제목처럼 화자는 성공한 주변사람들과 자신의 차이를 규명하기 위한 '변명'을 해나간다.
노력이라는 건 과대평가되었어 결과가 없으면 사라져 버리는 걸- "변명" 가사 중
하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보컬의 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희미해진다. 마치 이것이 본인을 위한 변명인 걸 느끼고 있는 듯이.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세상이 아름답다는 반어적인 표현으로 곡의 마침표를 찍는다.
또 하나를 꼽자면 7번 트랙 "청춘반란"이다. 3번 트랙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 같은 감성적인 곡도 있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솔직하고 과감한 곡은 이 노래라고 생각한다.
찐따 무직 백수 모쏠 아싸 병신 새끼 사회부 적응 골방 외톨이- "청춘반란" 가사 중
파란노을은 이 앨범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게 아닌 단순히 본인의 화풀이용으로 만든 앨범이라 했다.
하지만 이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다는 결국엔 희망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5. 결론
사실 이 앨범을 다시 듣게 된 건 정말 오랜만인데 저번에 들을 때와 다르게 제법 감상적이 되었다.
더욱 놀란 건 대부분이 가상 악기로 한 연주였으며, 파란노을은 2001년생인 1인 가수라는 점.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리스트업 되었는데 어떤 라이브를 선보이게 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찌질함도 방법에 따라 예술이 된다. ★ ★ ★ ★ ☆ (자체 평점)